학교에서 5권의 책을 선정해서 그 책 중 한 권을 읽고 백일장 형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 있어서 접하게 된 책입니다.
5권 중에 이 책을 택한 이유는 간단해요. 제일 얇더라고요^^;
제일 얇아서 택했는데 내용은 그 어떤 책보다 어려웠다고 생각해요. 꾹꾹 눌러가며 읽고 읽고 읽고를 반복했답니다..
투명사회 말고도 같은 시리즈(?)로 피로사회도 있더라고요.
암튼 투명사회는 굉장히 제게 충격적인 책이었어요!!
투명하면 그저 좋다는 인식 뿐이었는데, 그걸 정반대의 시각에서 냉철하게 분석하셔서 정신이 번뜩 들었답니다.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저 또한 블로그에 올리는 것 자체도 이 책을 읽고난 후라 조심스럽게 되네요 흠ㅎㅎㅎ
암튼 책 내용 일부 요약과 함께 제 의견을 펼쳐서 냈었는데, 그대로 포스팅 해봅니다.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가
‘투명하다’는 말의 어감은 왠지 긍정적이다. 투명하면 좋은 것 같고 신뢰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투명사회>의 저자 한병철은 ‘투명성’이
중요시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오히려 투명사회는 신뢰사회가 아닌 통제사회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투명성’은 정치, 경제, 사회를 포함해 매우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아 있다. 사람들은 투명성이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높은 효율성, 더 많은 정보의 자유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인터넷, SNS 등의 발달로 정보가 모두에게 동등하게 공개되고,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투명한 사회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는 믿음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투명사회는 우리로 하여금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상태로 만든다. 이 사회의 거주민들은 권력에 의해 감시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노출하고 전시함으로써 공개해버린다. 우리는 많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있고, 그것들을 통해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특히 SNS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수치화된 결과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이런 사회적 현상을 두고 ‘전시사회’라고 표현했다. 이는 전시적인 연출만이 가치를 생성하는 사회를 말한다. 오직 전시가치가 나를 판단하는 척도이자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전시가치가 매우 중요시 여겨지는 현상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것이 점점 의무화 되어 가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한 개인의 SNS를 통해 직접 만나기도 전에 그를 판단한다던지, ‘좋아요’나 ‘팔로워수’로 그의 인맥을 계산하는 것 말이다. 이처럼 전시된 것만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자신을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시가 필요한 의무감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전시가치에 대한 집착은 스스로를 감시사회에 수감하게 만들어 만인에 의해 통제되도록 만든다. 분명 자신 스스로 전시하기 때문에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 결국 자신의 비밀이 벗겨진 채 투명인간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사회를 만들 뿐이다.
한 예로 우리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아니 요즘 부모들이 자녀의 모습을 보기 위해 설치한 가정용 CCTV까지 생각하면 우리는 주변 곳곳에서 CCTV를 통해 감시당하고 있다. 우리의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고 기록한다. 컴퓨터 역시 우리가 어떤 것을 주로 찾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 창을 켜면 보이는 광고들도 그동안 우리가 관심을 보였던 페이지들을 데이터화한 후 ‘맞춤광고’라는 명목 하에 그와 관련된 광고로 채워지도록 되어 있는 실정이다. 한 외국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 “온라인 쇼핑을 위해 아마존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매우 놀랐다. 컴퓨터가 내가 필요한 것들만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컴퓨터에게 ‘어떤 것들이 필요한 지 미리 말을 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모든 게 공개되고 기록되는 사회에서는 다수의 입장에 반하는 ‘튀는 의견’을 말하는 것 역시 어려워진다. 모두가 좋아할 만한 것들만이 생산되고 그것들이 힘을 가진다. 점점 더 자극적인 재미와 볼거리만이 SNS를 점령하고 있다. 올 여름에 한 연예인이 ‘아이스 버킷챌린지’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SNS에 올렸다. 그는 너무 장난식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며 좀 진지한 태도로 사람들이 임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는 몇 시간 만에 마녀사냥식의 거센 비난을 받았고, 대중들에게 사과까지 하며 자신의 아이스 버킷챌린지 참여영상을 찍어 올렸다. 이게 모두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정녕 그의 발언이 소신발언으로 남을 수는 없었던 것인가.
디지털매체에 취해 있는 우리는 우리의 감정, 사고, 지각이 변화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이 전시한 그들의 일상을 훤히 들여다보는 우리는 점점 우리의 생각을 획일화시키고 편협한 시각을 갖게 만든다. 우리 사회엔 그보다 우리의 관심이 더 필요한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사실 정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디에나 널려있는 과다한 정보는 우리의 생각하는 힘을 약하게 만들고, 결국 사람을 부수적인 존재로 만든다.
현대사회에서 SNS를 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순기능도 분명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나를 전시하는 것은 누군가 나를 감시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우리 스스로 누군가에게 우리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편리할지 몰라도 모든 것을 통제와 감시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과다한 몰입으로 인해 그저 껍데기에 불과한 채 사이버상에서 표류하는 존재가 되어선 안 된다.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가, 그것은 그대의 행동에 달려있다. 그림자를 붙잡느라 실체를 잃지 않도록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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