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양귀자 지음
벌써 출간된 지 15년도 더 되었지만 이제야 읽은 저에게도 따뜻한 신간 같은 느낌이 드네요.
책 제목이 모순이라서 그랬는지 처음엔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읽으면서 생각이 확 바뀌더라고요.
치밀한 구성도 그렇고 어떻게 이렇게 공감이 가는 말을 쉽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정말 공들여서 쓰셨을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번에 빌려서 읽었는데 아무래도 이 소설은 구매하려고요. 나이들어가면서 한 번씩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맨 마지막에 있는 작가노트에 '이 책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쓰셨는데
저 역시 아주 천천히 읽었답니다.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끊어 읽을 수 없을 때도 있었지만, 짬을 내면서 읽었기에 할 수 없이 텀을 두고 읽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그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주인공 안진진이 지금의 저와 동갑으로 나와서 더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진진이의 입장이라면 다음에 어떻게 행동할까 싶은 생각도 들고...
지금의 제 나이였던 소설 속 안진진은 이제 40대를 살아가고 있을테지만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신이 선택했던 것에 대한 후회는 없는지, 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온통 궁금한 것 투성이네요. 소설에 너무 몰입했나봐요^^;
암튼 이 소설 추천합니다!
위 부분이 소설의 제일 첫 페이지인데, 첫 페이지부터 순간 훅 들어오는 문장이었어요.
정말 맞는 말. 어떻게 이렇게 공감하게 만드는 문장들을 쓰셨을까 싶은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어요.
메모해 둔 부분도 너무 많고... 역시 보통이 아니셔요ㅎㅎ
아래 사진들 모두 소제목과 함께 있던 문장들인데, 그나마 소설 전개에 스포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첨부하기로 했답니다!
첨부된 사진과 관계없이 소설이 대략적인 이야기만 해보자면,
안진진이라는 주인공에게는 일란성 쌍둥이인 엄마가 있어요.
엄마가 첫째이고 이모가 둘째로 태어는데 엄마와 이모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어요.
엄마는 시장에서 장사하며 가족들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이모는 모두 다 가진채로 풍요롭게 잘 살고 있답니다.
안진진의 아버지는 알콜중독자로 집을 떠났다가 한 번씩 돌아오고, 남동생은 건달이 되겠다며 아직은 철이 없죠.
책제목이 모순답게 소설 속에는 여러 모순적 장치들이 있답니다.
엄마와 이모는 4월 1일에 태어났으며, 4월 1일 같은 날에 결혼식을 올렸고, 안진진의 이름이 정해진 에피소드 등등 말이죠.
그런 안진진에게는 두 남자가 있습니다.
나영규와 김장우. 나름의 기준으로 두 남자를 저울질해가며 결혼 할 상대를 찾는 안진진.
그런 안진진의 모습을 보며 팜프파탈이 따로 없구나 싶었지만,
한 순간의 선택으로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엄마와 이모를 보며 자라온 안진진에게는
자신의 결혼상대를 고르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점차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십대란 나이는 무언가에게 사로잡히기 위해서 존재하는 시간대다.
그것이 사랑이든, 일이든 하나씩은 필히 사로잡힐 수 있어야 인생의 부피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단조로운 삶은 역시 단조로운 행복만을 약속한다.
인생의 부피를 늘려 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내게 가르쳐 준 주리였다.
인간을 보고 배운다는 것은 언제라도 흥미 있는 일이었다.
인간만큼 다양한 변주를 허락하는 주제가 또 어디 있으랴.
소설 속에 나온 내용인데 심히 공감합니다. 저 역시도 행복이 가득한 삶만이 우선이고 전부라고 보진 않아요.
작가노트에,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 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 라고 쓰여진 부분이 있는데, 아마 소설 속 저 윗 부분에 박스처리한 부분에 대한 해석으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인생의 부피를 늘려 주는 것은 행복이 아닌 불행..
저 역시도 아프고 쓰라려봐야, 성장통을 겪어야만이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소제목이 모순이었는데, 모순의 뜻에 관한 글이 쓰여있었어요.
모순,'창과 방패(防牌)'라는 뜻으로, 말이나 행동(行動)의 앞뒤가 서로 일치(一致)되지 아니함.
생각해보면 이 세상은 참 많은 모순들이 가득한 세상인데,
그 모순 속에서 살아가다보니 이게 모순인지 아닌지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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