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성The하기/독서꽝의 외침

[책] 성석제 - 투명인간

 




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한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성석제가 쓴 성석제'를 강의자료로 주셔서 읽었는데 

그걸 읽으면서 피식피식 하게 만드는 그 센스에 반해 호기심으로 가장 최근에 쓴 투명인간을 읽어봤는데요.

역시나 소설에서는 더욱더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소림사 고수 같은 느낌을 받았답니다! 



무려 50~60년대, 그리고 70~80년대까지.. 4대에 걸친 한 일가족에 관한 이야기인데, 

각각의 등장인물의 시선에서 자유자재로 배턴터치된 채 이야기가 전개되거든요. 

그래서인지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어요. 

오히려 여러 인물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바라보니까 각 캐릭터들로부터 연민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주인공인 김만수.. 만수가 너무 안타깝고 딱해서 쿡쿡 쑤실 정도로 마음이 아팠어요. 

첫째인 백수가 공부하러 떠날 때 시골에서 온 가족이 배웅나가는 모습에서는 그냥 읽기 중단하고 울었답니다ㅠㅠ

머릿속에 그 상황이 그려져서 너무 짠했거든요.





- 가족, 가족, 가족..... 왜 그렇게 가족에게 집착을 하는가. 혹시 아직 한 인간으로 자립하지 못한 건가? 어릴 때부터 가족지상주의에 세뇌가 되었거나. 


- 단지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훌륭하고 고귀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절로 좋아하고 존경하게 된 거다.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나기를 그랬던 것 같다. 그들은 나의 뿌리이고 울타리이고 자랑이다. 나는 그들이 정말 좋다. 지금도 그렇다. 눈을 감으면 언제든 복숭아꽃 살구꽃이 환하게 핀 고향의 집에서 어머니가 나 오기를 기다리며 마당에 서 있는 게 보인다. 형님은 하모니카로 <클레멘타인>을 불고 아버지는 가마니를 짜고 새끼를 꼬고 있다. 어서 와, 어서와. 누나들은 산나물이 담긴 바구니를 옆에 끼고 나를 향해 손짓한다. 할아버지의 글 읽는 소리. 할머니의 다정한 말소리. 동생들이 달려나온다. 석수다. 옥희다. 나는 마주 달려간다.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난다. 햇볕이 따뜻하다. 소가 운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내 아들 태석이가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린다. 앞치마를 한 아내가 손을 닦으며 나를 바라다보고 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거기 다 있다. 보인다. 지금 같은 순간이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내가 목숨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소리, 기쁨이 내 영혼을 가득 채우며 차오른다.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느낌, 개인의 벽을 넘어 존재가 뒤섞이고 서로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다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진짜 나다. -p.366







평범하게 그러나 누구보다 열심히 우직하게 살아온 만수.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았던 만수는 어느새 이 사회로부터 투명인간이 되었다.

처음엔 태석이가 그렇게 된 이후로 점점 만수가 부양하는 사람들이 온통 다 투명인간이 되었다.

만수가 살아가기엔 너무 혹독한 세상이기에, 어쩌면 투명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이 그를 위해 더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만수에게 항상 신세만 지고 홀연히 사라진 석수가 뒤늦게 만수에게 좀 편히 살라고 태석이를 보낸 건 아니었을까... 

어쩌면 첫째 백수가 먼 곳에서 지켜보며 항상 고생만 하는 동생 만수를 위한 건 아니었을까... 등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끝까지 투명인간이 되지 않고 이 사회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




'감성The하기 > 독서꽝의 외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피천득 - 인연  (0) 2015.01.11
[책] 박웅현 - 여덟단어  (0) 2014.12.20
[책] 한병철 - 투명사회  (0) 2014.12.05
[책] 황석영 - 개밥바라기별  (0) 2014.10.26
[책] 양귀자 - 모순  (0) 2014.10.08
[책] 오쿠다 히데오 - 공중그네  (0) 2014.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