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학교 교양과목 중간고사 대체과제로 소설 3권중 택1 해서 감상문 쓰는 게 있었어요.
개밥바라기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두근두근 내 인생.
이렇게 3권이었는데 전 개밥바라기별을 택했답니다.
이유는... 그냥 그 과제이야기 들었을 때 살면서 이번 기회(?) 아니면 이 책을 안 읽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택했어요.
다른 소설들은 왠지 살면서 한 번 쯤은 읽어보게 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ㅎㅎ 그냥 왠지..!!
암튼 이유는 참 간단했고, 전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소설 읽으면서 고1 조카가 생각이 났어요.
그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물론 안 읽겠지만ㅎㅎ)
어투를 바꾸기가 좀 번거로워서 제출했던 감상문 그대로 올려봅니당ㅜㅜ
오롯한 나 만들기
황석영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인 <개밥바라기별>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적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는 1장 <그날들 속으로>에서
베트남 파병을 앞둔 주인공 ‘준’이 집으로 돌아와 가족, 친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후 준과 그의
주변에서 함께 청년기를 보낸 친구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된다. 그리고 결말은 다시 ‘준’의 시점으로 돌아와 이야기의 처음과 마주하게 된다.
1960-70년대, 그러니까
약50여년 이전의 과거에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고민과 절박함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적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처음에는 약간의
이질감도 느꼈지만, 오히려 겪어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호기심으로 점점 소설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작가가 자신이 고등학교를 다니다 자퇴한 시기부터 스물한 살 무렵까지의 방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책 끝부분에 있는 작가의 말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다만 자기가 작정해둔 귀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너의 모든 것을 긍정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물론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
위의 작가의 말 일부처럼 주인공 준은 고등학교를 자퇴하면서까지 자기 자신에 집중해서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산에서 몇 달씩 은둔해 생활한다거나, 전국
무전여행을 떠난다거나, 한 노동자를 따라 함께 떠돌며 생활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모습들은 나로 하여금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는 과연 ‘내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나’를
확신할 수 있는가. 지금껏 ‘나’에 대해 알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인 적이 얼마나 되는가 등등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또한 자신의 신념과 결심대로 실행해가는 준의 모습을 일정부분 닮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전까지 난 내가 세운 결심이나 하고자 하는 것들이 있어도 가족이나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 적들이 있었다. 내 선택으로 인해 가족들이 힘들거나 외롭거나 날 염려해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에서였다. 가족들은 내게 소중한 존재들이고 내가 살아가는 발판이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나로 인한
수고스러움을 전가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준을 보며 기존에 내가 가졌던 생각들이
오히려 나 스스로를 가두는 덫으로 작용한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준은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월이 좀 지체되겠지만 확실하게 내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거다. 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 거야’라는 말과 함께 묵묵히 자신의 길을 떠났다.
한편, 책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소설제목이기도 한 개밥바라기별은
대체 무슨 뜻일까 궁금해하며 읽었는데 소설 말미에 개밥바라기별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보통 우리에게 새벽에 보이는
금성은 '샛별'이라고 하고,
저녁에 보이는 금성은 '이제 개에게도 밥을 줬으면 하는 고즈넉한 때를 의미한다’는 뜻에서 개밥바라기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개밥바라기별의 뜻을 읽고
나서 머릿속에 그 상황이 그려져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 소설을 통해 개밥바라기별을 알게
된 이상 가끔은 초저녁의 하늘을 올려다 보는 일이 생길 것 같다. 어딘가에서 밝게 빛나고 있을 개밥바라기별을
만나게 되면, 지금 이 소설이 내게 준 깨달음들을 잊지 않고 다시금 상기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끝으로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몇몇 문장들을 인용하며 끝맺음을 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막연하고 종잡을 수 없고 그러면서도 바라는 것들은 손에 잡히지 않아 언제나 충족되지 않는 미열의 나날’은 분명 찾아온다. 한 번 일수도 있고, 여러 차례 계속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나날을 그냥 무시하고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들을 마음속에 품고 있기만 한다면, 그 시기에 완전히 무너져봐도 좋고 시간을 지체해도 좋다. 다 괜찮다. ‘어쨌든 어디서나 사람은 살아가기 마련이고 가장 힘든 고비가 지나면 나날이 그런대로 괜찮다고 느껴지기 시작한다.’ 한 치 앞도 종잡을 수 없는 ‘고해 같은 세상살이도 오롯이 자기의 것이며 남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간절함을 느껴본 사람만이 대체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소중한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다.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야’라는 장대위의 말처럼 나 역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일들을 마주하겠지만, 내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잊지 않고 <오늘, 지금, 나 자신>에 집중하며 사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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