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상해의 옛 지식인 루옌스의 일생을 그린 소설 <육범언식>을 영화화한 작품이라고 해요.
문화대혁명의 시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두고 있는데, 문화대혁명은 마우쩌둥에 의해 주도된 사회주의 운동입니다.
중국 공산당 내부의 반대파들을 제거하기 위해 수많은 지식인들이 투옥 및 숙청된 비극이기도 하죠.
영화는 슬픔을 강요하지 않은채 잔잔하게 흘러가는데 보는 사람은 어찌나 가슴이 미어지는지ㅜㅜ
이 영화를 보고나니 요즘 주위에 온통 자극적인 재미, 볼거리만 한가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영화에서 남편 루옌스(진도명)는 대학교수였으나 반혁명분자로 잡혀들어가 투옥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기차역에 5일에 가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고는 어렵게 탈출해 기차역에 나타납니다.
다리 밑에서 부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루옌스, 그때 수건에 땅에 고인 물을 적셔 얼굴을 닦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십년 넘도록 보지 못한 부인이지만 꼴은 거지행색이어도 잘 보이고 싶어서..쫓기는 상황에도 무릎쓰고..
부인 펑완위(공리)는 학교 선생님이고, 그들의 딸인 단단(장혜문)은 무용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단단은 갓난아기 시절에 잡혀들어간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지도 못 할 뿐더러 함께한 기억이 없어요.
학교에서 모택동을 찬양하는 무용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
실력이 뛰어나지만 아버지 때문에 주연을 뺏기게 되자 만난적 없는 아버지를 더 미워하게 됩니다.
결국 아버지가 기차역에 나올 것이라는 정보를 경찰(?)들에게 제공하는데요.
펑완위는 음식과 옷들을 챙겨 기차역으로 떠나 루옌스와 만나게 되지만,
단단이 경찰들에게 알렸기에 둘은 제대로 인사도 못한 채 다시 루가 경찰들에게 잡혀가게 되면서 이별하게 됩니다.
이후 단단은 무용학교에서도 좋은 배역을 얻지 못했을 뿐더러 펑완위에게도 미움을 받게 되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서 일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나 문화대혁명의 시기가 지나고 루가 풀려나게 됩니다.
루는 집으로 돌아오지만, 펑은 루를 기억하지 못하는데요 ㅠㅠㅠ
단단이 아빠의 사진들을 다 없애버렸기에 펑은 매월 5일, 루를 만나기 위해 기차역으로 나가는 게 전부입니다.
루는 그녀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해 집 근처에 머물면서 매일 같이 그녀와 함께 하려고 노력합니다.
피아노 조율사로, 편지 읽어주는 사람 등으로 말이죠...
5일에 함께 펑과 기차역에 나가서 나타나보기도 하지만 펑은 루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단단은 엄마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해 매일 노력하는 펑의 모습을 보며 진심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이 과거에 아버지를 밀고한 일들을 말하며 루에게 용서를 구하고, 루 역시 너그럽게 용서합니다.
그리고 단단과 펑의 사이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해서 결국 단단은 펑과 다시 한 집에서 살게 되기도 해요.
하지만 여전히 루를 알아보지 못하죠.
펑은 점점 루의 이름도 쓰질 못하고, 모든 기억을 잃어가기만 합니다 ㅜㅜ
단편적으로는 루와 펑이 재회한 상황이 비극일지 몰라도 함께하게 된 것 자체로는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어쩌면 새로운 관계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또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보지 못하고, 내 기억을 조금씩 잊어간다는 것을 지켜보는 게 참 슬픈 일일텐데
자신을 십수년 기다려준 사람을 위해 알아주지 않아도,
나 역시 묵묵히 옆에서 지켜보며 기다리는 루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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