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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The하기/독서꽝의 외침

[책] 박광수 - 민낯








몇 일전 박광수작가님의 민낯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광수생각의 만화만 보다가 이런 글 형식의 책은 처음 읽게 된 거였는데, 또 다른 여운이 남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우리 주변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9명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에요.
화장로 기사, 갤러리 관장, 방사선사, 아트디렉터, 경제지 기자, 드러머 등등.
책을 읽으면서 정말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마다의 행복의 기준도 다르고,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모두 같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책 내부 레이아웃과 디자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뷰를 담은 책이니까 질문과 답만 계속해서 이어지면 지루함이 많이 느껴질까봐 그런지는 몰라도
구성과 글씨체, 글씨 크기, 글씨색에 다양한 변화를 주면서 이어져서 전혀 지루한 감이 안 느껴져요.
책이 굉장히 두꺼운 편인데 저렇게 하니 아무래도 쉽게, 더 빨리 읽게 되더라구요.  


책의 다양한 디자인과 구성들을 사진으로 담아봤습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들과는 별개로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을 적어볼게요!  








[박광수, 프롤로그 中]

어쩌면 내 생각과 달리 이 세상에서 '진심'이란 그저 국어사전에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진심이 뭐가 중요해? 좋은 게 좋은거지"



나는 당신이 매번, 매 순간, 진심을 보이지 않아도 좋다.
그렇게 살면, 어쩌면 너무 많은 상처를 안고 살게 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상처 받는 것이 두렵다고 어느 한 순간도 진심을 보이지 않아서는 곤란하다.
최소한 당신 스스로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실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을 때,
적어도 그때만큼은 진심을 내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해루, 화장로 기사]


저는 늘 같은데 사람들이 저한테서 차가운 걸 보는 거죠.
내가 어떤 이유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결국 자기 기준이랑 자기 안에 있는 것들을 근거로 해서 판단하니까요.
남을 평가하는 건, 결국 자기안에 있는 걸 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박광수, 광고회사 아트디렉터 강평국과의 인터뷰 中]


제가 다른 책에 썼던 이야기지만 이동국이나 호나우두, 메시 이런 선수들이
어린시절 처음 축구화를 선물 받았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요?
지금은 유명한 선수가 돼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축구화를 마음껏 신을 수 있게 됐지만
그때보다 더 행복한 느낌을 받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박광수, 방사선사 정재호와의 인터뷰 中]


저는 한때 우울증을 앓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죽어서 누군가 '당신은 잘 살지 못했어. 그러니 또 지옥으로 가야돼'하면서 보내지는 게 우리가 사는 현세가 아닌가 하고.
그러면 주변에서 그래요. "무슨 소리야? 가끔은 행복하잖아. 가끔은 즐거울 때도 있고."


그 말을 듣고 제가 대답하죠. 
"생각해봐. 우리 인생이 항상 불행하다면 불행한 것도 못 느낄 걸.
 가끔 즐거움이나 행복을 줬다가 빼앗아야 불행을 아는거야.
제가 보기엔 인생의 9할은 불행이고 1할 정도가 행복인 것 같았어요.
그 1을 보고 9를 견디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박광수, 백두산 드러머 박찬과의 인터뷰를 마치며]


박찬은 자신에게서 음악을 빼면 껍데기밖에 남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나란 사람에게서 무엇을 빼면 나는 껍데기만 남을까?


만화?
곰곰이 생각해보니 박찬이 말한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생을 살면서 박찬이라는 사람처럼 단 한 가지만을 위해
완전연소할 만큼의 열정적인 무언가가 있었던가? 그런생각이 들자 조금 부끄러워졌다.
만화가로 살지만 만화가로도 충분치 못하고,
아들로 살지만 아들로도 충분치 못하고,
아버지로 살지만 아버지로도 충분치 못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직 내게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다행이다.
나란사람,
그리고 우리.







[송영희, <어둠속의 대화> 운영자]


물리적인 움직임만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도 좀 천천히 가져가면 좋겠어요.
어떤 분들은 직관력이 뛰어난 걸 굉장히 높이 평가해요.
하지만 남들은 1년을 두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걸 단번에 판단해버린다고 하면,
그건 너무 서툰 판단이 아닐까요?



[박광수, <어둠속의 대화> 운영자 송영희와의 인터뷰를 마치며]


내면이 단단한 사람일수록 외형으로 그 단단함이 드러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내면에 쌓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그걸 흉내내기 위해 온갖 있는 '척'을 하는 것이다.
나는 더 배워야한다. 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말이다.




[임지영, 갤러리 관장]


최근에는 '아는 놈이 해본 놈 못 이긴다', 이게 모토에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종교에선 내세도 있다고 하지만 지금 잘못 살아서 벌을 받는다면 그건 그때 받을래,
그대신 지금은 내가 원하는 대로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드는 거예요.
정말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예측불허한 삶이잖아요. 
너무 비약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앞으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살아보려고요. 
아는 놈이 해본 놈 못 이긴다고 경험도 많이 하고... 사실 전 나쁜 것에서도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그럼요.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잖아요.   [박광수]



[박광수, 갤러리 관장 임지영과의 인터뷰를 마치며]


사랑했던 사람의 부재는 힘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늘 믿는다.
결국 영원한 것은 없다고.
영원할 수 있는 것은 기억밖에 없음을 안다.







그리고 이렇게 9명의 인터뷰이와의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마지막 챕터에

바로, 당신 이라면서 지금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을 위한 장이 나옵니다.






양쪽에 4개의 질문이 책 마지막까지 쭉 이어져요. 
시간을 두고 제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그냥 막 살아온 것 같았는데,
이 책을 기회로 책 안의 질문들에 대해서 제가 답하는 시간을 가져봤답니다^^;


주변 사람들한테도 뭔가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답답할 때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민낯

저자
박광수 지음
출판사
소란 | 2013-04-2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알지만 아직 잡지 못...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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