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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The하기/독서꽝의 외침

[책] 도종환 시집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이 30년 가까이 작품활동을 해오면서 자신이 펴낸 9권의 시집 중에서
아끼고 좋아하는 시들을 골라 송필용 화백의 그림과 함께 구성한 시집이라고 합니다.



저는 시집을 직접 사서 읽는 편은 아니고 주로 주변분들의 선물로 보는 편인데
한 번씩 시를 읽으면 정말 많은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병원생활을 했을 때도 시를 읽으면서 위로 받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ㅠㅠ


암튼 이 시집은 5부로 나뉘어서 총 61편의 시가 담겨 있답니다.
아래 목차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섬세한 그림들이 매 페이지마다 시와 함께 있습니다.
시 뿐만 아니라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아래 사진으로 간접경험 하시길!!!







도종환 시인의 시 중에서 '흔들리며 피는 꽃'이 가장 대중적인 시가 아닐까 싶은데요. 
흔들리며 피는 꽃을 시작으로 제가 이 시집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았던 시들을 공유할게요!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산벚나무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자 살갗에 회색이 도는 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
겨울에 대하여
또는 봄이 오는 소리에 대하여
호들갑떨지 않았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 않았다
묵묵히 묵묵히 걸어갈 줄 알았다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깊은 물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들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 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많은 이 세상의 시냇가 여울을






폐허 이후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 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 버린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작나무


자작나무처럼 나도 추운 데서 자랐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맑지만 창백한 모습이었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꽃은 제대로 피우지 못하면서
꿈의 키만 높게 키웠다
내가 자라던 곳에는 어려서부터 바람이 차게 불고
나이 들어서도 눈모라 심했다
그러나 눈보라 북서풍 아니었다면
곧고 맑은 나무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몸짓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외롭고 깊은 곳에 살면서도
혼자 있을 때보다 숲이 되어 있을 때
더 아름다운 나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저자
도종환 지음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08-3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3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해온 도종환 시인이 그동안 펴낸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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