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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끄)적/독거인의 삶

안녕 둔촌(feat.이사갬성)







171218
지난주 월요일, 정든 둔촌을 떠나 이사를 했다
갓 20살된 겨울에 처음 올라와 여태껏 지냈던 곳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곳을 떠난다는 게
솔직히 쉬운 결정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정든 둔촌보다 가야할 이유가 더 크고 중요했으니까!
그리고 이번이 아니면 난 앞으로도 둔촌에서 아무탈없이
익숙하고 편한 것에 길들여져서 그냥저냥 태평하게 지낼 것 같았다

짐정리를 하면서 기분이 참 이상했다
쓸 때 없이 감성만 흥건해져서 추억에 빠져버리곤 했으니...
정리하면서 아 이게 여기 있었어? 싶은 것들도 있었고
오글거려서 피식피식 웃음나오던 것들도 있었다
짐들이 워낙 많았어서 내가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가지고 살았구나 싶기도 했다







집을 거쳐간 수많은 선후배, 동기들 생각도 나고
내가 좋아하는 빵집, 카페, 치킨집, 냉면집, 호떡집, 마트, 세탁소 등등
이미 많이도 즐겨찾던 장소들이 있어서 그것도 아쉬웠다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났어도 근처에 살았다보니
답답해서 뛰고 싶을 때나 책 빌리려고 찾았었는데 모두 안녕안녕
다시 어쩌다 찾아오는 날이 있기야 하겠지만
지하철 타고 와서 여길 뛰고 다시 지하철 타고 집에 가겠나싶다ㅎㅎㅎ







그리고 내 빳떼리충전소 한강!
학교 다닐 때도 자전거 타고 다닌 날이 더 많았을 정도로
자전거를 무지무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때나 지금이나 꼭 주말엔 한강에 라이딩을 갔다
오죽하면 이사가기 전에 감사인사하러 한강을 찾았을꼬ㅎㅎㅎ

물론 여기서도 한강으로 라이딩은 갈 수 있겠다만
정든 잠실대교가 아닌 다른 다리겠고...
분명 가는 길이 자전거도로가 아닐텐디...
나중에 날씨 좋다 싶으면 한 번 시험 삼아 가봐야겠다!


며칠간 끙끙거리며 하던 짐정리는 엄마가 온 지 몇 시간만에 끝이 났다
역시 세상 어머니들은 위대하셔^_^
엄마가 그동안 잘 사느라고 고생많았다고 하셨다
에이~ 제가 뭘요 라고 했지만 맞아 정말 내가 뭘..ㅎㅎ 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 둔촌에 온 기억, 엄마가 며칠 같이 있다가 내려가고 혼자 남았던 때
개강을 일주일 앞둔 때부터 혼자 지냈는데 그때 노라존스의 don't know why만 주구장창 들어서
아직도 그 당시 생각하면 이 노래 생각밖에 안난다ㅎㅎ
암튼 나만 그날이 선명한 줄 알았는데 엄마도 그 날을 기억한다고 하셨다
터미널 가는 택시 안에서 우셨다는데...

기사님이 "아주머니 왜 우셔요?"라고 물었고,
엄마는 딸이 학교 들어가서 살림 챙겨주고는 몇밤 자고 이제 내려가는 길이라고 말했더니,
기사님이 "아주머니 걱정마셔요. 다 닥치면 알아서 잘 살 거예요"

네...

엄마가 이런 대화를 줄줄이 말하시는데
뭔가 그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져서 마음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ㅠ_ㅠ
엄마도 나도 처음의 그 겨울처럼
첫 이사한 이날 역시 잊지 못할 것 같다







이사하는 날
올 겨울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 것 같았다
학교 도서관에 책 반납하려고 아침 일찍 가는 길에 찍은 사진...
눈 때문에 이사업체 아저씨들도 고생이 참 많으셨다

집 보러 다닐 때도 그랬고, 잡동사니를 정리하면서도 그랬고
이사가 보통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공과금들, TV, 인터넷 등 신경써야 할 것들도 은근 많고ㅠㅠ

암튼 이사오고 며칠간 잠들기가 쉽지 않았다
몸살 아닌 몸살도 나고 혓바늘도 나고 컨디션이 꽝이었다
친구들한테도 정이 너무 안가는 동네라고...ㅎㅎ
둔촌이 너무 그립다며 듀아 리파의 homesick를 주구장창 들었다
갑자기 낯선 곳에서 생활하려니 그럴만도 하지 싶기도 하고
두리번 거리면서 차차 
정 붙이면 되겠지!
내가 결정한 거니까 이러면서 하나씩 배워가는 거 아니겠다 싶다


오케이 이사도 했겠다
2018년, 온갖 새로움을 즐기면서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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