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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끄)적/독거인의 삶

집순이의 2017 추석



입추의 뜻닥쳐 워질람 멀었어 라고 우스겟소리한 지가 엊그제 같았는데
점점 선선한 날들이 찾아왔고 벌써 추석까지 지나와버렸다

이번 추석 연휴는 뭐랄까... 정말 역사적인, 신이 내린 황금연휴였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긴 휴가를 어떻게 써야할 지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 같다



반면 평소처럼 열심히 일하신 분들도 많았겠지
그런 분들의 모습을 마주할 땐 감사한 마음과 함께 내가 가진 연휴의 반띵까진 못해드려도 3분의 1이라도 떼어다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정말 길고 긴 연휴였으나, 벌써 2025년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2025년 추석님, 살펴오셔요ㅎㅎ
암튼 보통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보고 싶고, 먹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지냈다





- LIFE 사진전


1936년 사진을 중심으로 지면을 구성해 창간한 미국의 사진잡지 “LIFE”

2차 세계대전 전부터 TV가 보급되기 전까지 매우 중요한 매체였으나 결국 2007년 정식 휴간

 


여름부터 가고 싶었는데 자꾸 주말마다 타이밍이 안되면서 미루게 됐던 라이프사진전

절대 잊지 말아야지 싶어서 카톡 프사도 장 콕토 사진으로 해놨을 정도였다

암튼 기대가 컸는데도 기대 이상이었다

기억해야할 얼굴(FACE), 시대의 단상(TIME), 변화(CHANGE), 아름다운 시절(BELLE EPOQUE)

카테고리별로 공간을 나눠 당시 라이프지가 담아낸 사진들을 소개했다



중간중간 적힌 좋은 글들도 인상적이었고, 테마별로 컬러를 달리한 공간구성도 심플해서 마음에 들었다
모든 사진들이 촬영된 배경이나 관련 일화 등을 알고보니 더 다양하고 색다른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뭐니뭐니해도 사진이 주는 메시지와 새로운 걸 알아가는 즐거움이 가장 컸다
내가 더 알고 싶은 것들은 키워드로 메모해두면서 감상했다
집에 와서 궁금한 것들을 찾아봤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좋은 음악들도 알게 됐고, 몰랐던 정보들도 알아가면서 사진전을 곱씹었다

 

 

암튼 같이간 친구도 너무 만족해해서 더 좋았고
종착지가 우리의 그 곱창집이어서 더할 나위 없는 하루였다ㅎㅎ



그리고 시작된 본격 집순이의 추석...


4 5일간 집에 머무르면서 집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주어진 나의 첫 임무는 시니와의 키즈카페였다ㅎㅎ





: 이모 이렇게 큰데 거기 들어가서 같이 놀 수 있어?

시니: 응 괜찮아 다 할 수 있어~

: 오케이, 시니만 믿어야겠다!

 

 

들어가자마자 양말 벗고 신발 벗어서 나한테 주더니 방방으로 돌진한 시니..~_~

그래도 이모이모~ 계속 부르면서 다 소개시켜줬다ㅎㅎ

방방 빼고는 같이 놀 수 있어서 나도 진짜 재밌었다
끝이 없었던 소꿉놀이는 고맙게도 언니의 호출 덕분에 마감할 수 있었다^^...



자주 보진 못하지만 그래도 내려갈 때마다 꼭 시니랑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내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시니가 너무 고맙고 기특하기도 하다

1~10까지 쓰는 걸 두번 정도 알려줬는데 정말 내가 알려준대로 쓰고 있었다!!!

 

6 : 동그라미 하고 위로 꽁다리~~

7 : 1 먼저 쓰고 앞에 앞머리~~

8 : 똥글똥글 눈사람~~

9 : 시니가 시러하는 콩나물~~

 

 

이런식으로 시니 눈높이에 맞게 알려줬는데 진짜 순서를 저렇게 쓰고 있었다 귀여워라ㅎㅎ

우유라는 단어를 쓸 줄 알아서 계속 우유만 써대는 모습도 그렇고

자기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쓸 줄 알아서 자기 이름 써달라고 하고는 잠깐!!! 하고
자필로 대미를 장식하는 모습도 너무 콩새같고 사랑스럽다ㅎㅎㅎ

이번엔 내 안경, 오빠 안경, 초코케이크, 사과 그리는 걸 시니 눈높이에 맞는 방법으로 알려주고 왔는데 
다음에 내려갔을 때 그 순서대로 그리고 있는 기특이를 볼 수 있길
^_^




하트를 접어달라고 해서 부랴부랴 인터넷 보고 따라 접었던 하트
시니 덕분에 새로 배우는 것도 있고 좋구만!





다음날은 두 큰집을 돌며 음식장만을 도왔고 저녁엔 엄마와 둘이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 어땠냐는 언니의 톡에 엄마의 답장

 

- 진이는 옆에서 줄줄ㅎ

 

 

난 눈보다 코가 더 울었을 정도로 줄줄했는데 엄마는 그냥 약간 맺히기만 하신 것 같았다

암튼 영화 보고 나오는 순간부터 역시나 통통튀는 엄마의 입담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나한텐 세상에서 제일 재밌고 유쾌한 사람이 우리 엄만데 아 너무 웃겨서 울다 웃고 난리도 아니었다

영화 속 나옥분 할머니를 흉내내면서 콩글리쉬나 간단한 문장들을 남발하셨다

다음날까지도...ㅎㅎㅎ

 


다음날 저녁 엄마가 큰 곰인형이랑 찍은 사진을 보내며 한 톡

 

엄마: 씻고 마이 홈 프랜과 셀카ㅎ

엄마: 진아 어제 영화ㅎ

: 아 빵터졌어요ㅋㅋㅋㅋㅋ엄마 대박~~

엄마: 왓ㅋ

: 아 진짜ㅋㅋㅋㅋ 곧 가요ㅎㅎ

 

 

연휴 중 엄마가 갑자기 코스모스길 보러 가자고 하셔서 김제에 갔었다

엄마는 나중에 퇴직하면 뭐 하나 하려고 한다며 이야길 꺼내셨다

- 오 뭔데요

- 남들이 안 하는 걸 해야지 않겠나 싶은데 애견 장례식장 어때?

- 네?... 아직 많이 없긴 하지만 너무 수요가 없지 않을까요...?



지금 전북에서는 남원에 하나 있다더라 하면서 이야기 해준 엄마

얼마전 엄마가 아시는 분이 오래 기르던 강아지가 병으로 죽게 됐는데 당연히 너무 슬퍼해 하기도 했고
그 아주머니가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몰라하다 나중에 거기에 있다는 걸 알고는 엄마한테 이야기 했다는 내용

 


- 아 그래요? 뭐 아직 10년 가까이 남았으니 그때쯤이면 사람들 인식도 많이 바뀌고 하겠네요

근데 다른 거면 좋겠지만 장례식장은 반대라고 말씀드렸다

엄마가 슬픈 일에 많이 노출되면 자연스레 엄마도 쉽게 울적해지거나 어쨌든 그 영향을 받게 될 것 같다고 애견카페를 추천했다

엄마는 그런가? 하면서 일단 알겠다고 하셨다

 

.. 우리 엄마가 벌써 퇴직 후의 삶도 생각하고 계시는구나라고 처음으로 알게된 날






아빠의 거의 유일한 취미 낚시

나도 기다렸지만 아빠도 많이 기다리신 것 같은 눈치

전날 밑밥도 준비하시고, 낚시대에 기름칠도 하시고ㅎㅎ

암튼 추석 당일에 성묘 마치고나서 큰집에서의 점심도 마다하고 우린 갔다



이날따라 하늘도 너무 예뻤고 따뜻하면서도 바닷가라 시원했고 그냥 그 시간 자체가 너무너무 좋았다

다음날도 아빠는 친구분과 낚시를 하러 가셨다

당연히 1년 중 안 잡힐 때도 있을텐데 그때 우리아빠의 취미는..?
전에도 한 번 말씀드렸지만 아빠가 다양한 취미를 두셨으면 좋겠다!





언니가 보라카이에서 사다준 드림캐쳐

새라면 질색팔색인 날 위해 진짜 깃털 느낌 안나는 걸로 부탁한다고 했더니

무지개로 사왔다 굿굿ㅎㅎ!

방에 걸어뒀는데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볼수록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오케이 드림캐쳐, 두고 보라카이~~

아이고...




집에서 오랜 시간 머물다 와서인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보통 때보다 더 커졌다

친구랑 재즈잇업에서 만나기로 하고 걸어가는 길에 일부러 학교 안으로 해서 갔다

달도 환했고 감나무에 감도 열려 있고 우와 진짜 가을밤이네 싶었다

트랙을 보니 집에서 너무 먹고 왔나 싶은 생각도 하게 만들었고ㅎㅎ



암튼 재즈잇업에서 좋은 음악도 듣고 한잔하며 연휴의 이런저런 이야길 나눴다

예거밤 한잔 핸드릭스 진 한잔 이렇게 마셨는데 예거밤 때문에 둘다 너무 말똥말똥해서 문제였다

재즈잇업을 나와 맥주나 한잔 하려고 한강으로 뚤래뚤래 걸어갔다

편의점이 다 닫아서 그냥 강 보면서 그때부터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길 했다

그렇게 날은 밝았고 다시 집까지 걸어오니 새벽 6시였다







오늘은 장장 4시간에 걸쳐 대청소를 했다(반 밖에 못한 게 함정)

가을옷도 꺼내고, 집안일도 하고, 구석구석에 잊고 있던 물건들로 추억에도 잠기고ㅎㅎ


어김없이 돌아온 10월이구나, 힘을 내야지!

벌써 10월의 3분의 1이 지나갔다는 게 어쩌면 감사하기도 하나

쉰 만큼 더 바쁠 3분의 2가 남았다는 게 사실 걱정스럽기도 하다

! 몸도 마음도 튼튼히 든든히, 이까짓 거~~라는 엄마 말 잊지말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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