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는 배우 중 한 명인 천우희 배우 덕분에 작년 겨울부터 이 영화가 얼른 개봉하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요. 드디어 영화 손님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 <손님>은 독일의 전설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해서 우리나라의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직후로 가져와 접목시킨 영화입니다. 소재가 독특해서 호기심이 갔고, 류승룡, 이성민 등등 배우들의 조합 역시 그 기대감을 더 크게 만들었어요.
사실 공포, 호러 이런 체질이 안 맞아서 아예 안 보는데 꾹 참고 보러 갔답니다. 영화 본 분들이 기승전쥐라고들 많이 하시던데 그 말이 공감이 가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쥐떼들이 마을의 골칫거리이자 영화 속 사건을 끌고가는 존재들이니 말이예요. 암튼 정말 많이 나오기도 하고, 쥐 뿐만 아니라 징그러운 장면들도 있는데 전 콩심장답게 고개를 여러번 돌렸답니다.
떠돌이 악사 우룡(류승룡)과 그의 아들 영남(구승현)은 서울로 가는 길에 우연히 지도에도 없는 마을에 들어서게 됩니다. 우룡은 영남의 병을 고치기 위해 서울로 가는 중이었는데 이 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지만, 마을사람들은 우룡부자를 경계합니다. 마을의 촌장(이성민)은 경계하면서도 그들에게 하루 머물다 가도록 허락합니다.
단, 조건을 걸었는데요. 절대 바깥세상의 소식에 대해 발설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밖은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절대 마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강요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에게 순응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으로부터 벗어날 것이 두려워하는 모습인데요.
마을은 조용하지만 이 곳의 골칫거리는 쥐떼들입니다. 촌장은 우룡이 쥐떼들을 없애주면 아들 병을 고치고도 남을 돈인 소 한 마리 값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촌장은 약속할 수 있겠냐고 재차 묻고는 우룡이 해보겠다고 약속하면서 우룡부자는 마을에 더 머물게 되는데요.
순박한 성격의 우룡은 마을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그들로부터 점점 경계를 허물게 만듭니다. 하지만 촌장과 촌장의 아들 남수(이준)의 시선은 곱지 않죠.
결과적으로 우룡은 피리를 불어 쥐떼들을 모두 소탕했지만, 촌장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은 약속을 어깁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둘러싼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우룡이 쥐떼들을 모두 없애주자 그를 신뢰하고 대단하게 여겼지만, 촌장과 남수는 여러 의문을 우룡부자를 궁지로 몰아 넣습니다. 그러면서 우룡부자와 마을 사람들의 비극이 시작되죠.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도 물론 있습니다. '좌시'를 두고 했던 말장난이나 밤에 마을 사람들에게 찾아가 대화를 나눌 때의 촌장의 대사 역시도 오히려 극을 해치게 된 것 같았어요. 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쳤답니다. 요즘 진지하기만한 영화는 볼 수 없는건가요? 개인적으로 말장난들은 욕심이지 않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수의 존재감도 아쉬웠어요. 아버지인 촌장에게 복종하며 마을사람들이 다른 생각하지 않게끔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하는 인물인데요. 남수가 가진 특별한 에피소드도 없고 실없는 말장난 때문에 그냥 바보 같은 캐릭터 정도로만 바라보게 된 부분이 아쉬웠어요.
이 영화의 홍일점이자 선무당 역할로 나오는 젊은 과부 미숙(천우희). 전쟁통에 남편과 자식을 잃은 미숙은 마을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촌장으로부터 무당 노릇을 강요받는 인물입니다. 전체적으로 미숙의 분량은 아쉬웠지만 분량과 별개로 천우희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우룡과의 멜로라인이 있는데 우룡과 촌장 사이에서의 갈등을 짧은 대사나 표정을 통해 잘 전달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클라이막스라고 생각하는 미숙의 접신 장면은 정말 엄지척! 하고 싶어요.
모티브로 했던 피리부는 사나이의 스토리와 같다고 할 수 있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여러 가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사회에서 너무나 쉽게 하고 너무나 쉽게 깨버리는 '약속'에 대한 개념. 그리고 '누군가의 눈에서 눈물나게 한 사람은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무시무시한 말도 영화를 보며 떠오르더군요.
끝으로 순박했던 우룡이 한순간에 변하게 된 그 순간의 붉은 장면과 마지막 엔딩에서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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