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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The하기/내멋대로 영화평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Laurence Anyways, 2012)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를 보고 자비에 돌란의 팬이 되었습니다^^ 어떤 분야든 천재는 없고, 다만 개인의 노력의 산물일 거라는 생각에 누군가를 두고 천재라고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자비에 돌란은 정말 천재인 것 같아요. 

처음에 이 영화를 보고 음악이나 영상,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를 보고난 후의 제 생각과 느낌..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그저 모두 좋았는데, 감독인 자비에 돌란에 대해 알아갈수록 더 팬이 되어버렸어요ㅎㅎ 


89년생의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게, 또한 이 영화가 첫 작품이 아니라 이미 19살에 내놓은 자신의 첫 영화
에 감독, 각본, 제작, 의상, 주연까지 소화했다니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에서도 연출, 각본, 의상, 편집, 총괄 프로듀서를 모두 자비에 돌란이 맡았다고 합니다.

       


168분의 대장정이지만 풍부한 색감 때문에 영상도 너무 예쁘고 음악 때문에 더 영화에 빠진 것 같아요. 사운드트랙을 찾아 들었고 지니 뮤직에 없어서 스트리밍 할 수 없는 곡은 부러 찾아서 다운받기도 했거든요^^; 암튼 유투브에서 접한 사운드트랙 가운데 정말 오래된 곡들이 많던데 평소에도 그런 음악들을 많이 접했었나봐요.

자비에 돌란의 영화들 아껴두었다가 야금야금 한 편씩 정주행 하고 싶어요! 아직 20대기에 앞으로 살면서 수많은 영화들을 연출해주길 바랄뿐.. 암튼 자비에 돌란 입덕합니다ㅋㅋ



간략하게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주인공인 로렌스는 자신의 사랑하는 여인 프레드와 함께 몇 년째 지내온 남자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남은 인생을 여자로 살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고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프레드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어요. 그저 여자처럼 네일이나 화려한 악세서리, 화장, 치마가 입고 싶고 그런 것이죠.

연인 프레드는 정말 당황해하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해요. 하지만 이내 로렌스의 진심을 알아보고 그를 지지합니다. 로렌스를 위해 직접 가발을 선물하기도 하지만, 그의 등에 '건강을 지킬 것과 위험을 피할 것과 과거를 잊고 희망을 가질 것을 자기 이름에 대고 맹세해'라고 적기도 하죠. 이후 로렌스는 대학에 화장을 하고 치마를 입고 강단에 서기도 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오늘 시작할 부분을 말해주는 학생도 있지만, 처음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에게 낯선 시선을 보내죠. 그리고 결국 학교에서 해고당하기까지 하는 로렌스. 프레드와 로렌스의 사랑 역시 둘은 괜찮지만 아무래도 타인들의 시선에 의해 점점 힘들어집니다. 

한 식당에서 여자처럼 꾸민 로렌스와 프레드의 점심식사 장면, 굉장히 인상적이예요. 프레드의 연기 정말 뛰어납니다. 아닌 게 아니라 2014년 말에 개봉한 자비에 돌란의 영화에서도 프레드가 나오더군요. 암튼 그 식당에서 종업원이 둘을 두고 불쾌한 질문을 서슴없이 던지자 결국 폭발한 프레드가 

"우리 같은 사람은 밖에도 다니면 안 돼?
우리도 숨 좀 쉬고 살자
남편 위해 가발 사본 적 있어?
길에 다니다 얻어터질 까봐 걱정해 본 적 있어?" 이런 대사를 하는데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둘에게도 이별의 순간이 찾아 옵니다. 프레드가 너무 힘들다고, 다른 사람이 좋다고 말하며 이별을 선언하죠. 그렇게 그 둘은 헤어지게 됩니다. 이후 프레드는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며 잘 살아아고 로렌스 역시 책을 써내는 등 각자의 길을 걸으며 잘 살아가지만 몇 년이 흐른 후, 다시 재회하고 둘만의 장소인 블랙섬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죠. 



거짓말도 상관없어
그걸로 요람을 꾸민 것도
새로 생긴 벌레들이 시체의 낡은 옷을 갉아먹어도
사랑하는 친구들의 품 안이라면 영원히 행복하리
우리의 기쁨과 슬픔 고통을 주는 행복
사랑하는 이들을 눈물짓게 하네 고통을 주는 행복
하지만 둘이 함께라면 울어도 좋아
시간이 흘러도 상관없어
우린 결코 멀어지지 않아
우린 서로 꽁꽁 묶여 있어
사랑한다면 결코 늦지 않았어
사랑하는 친구여
그대는 아는가
인생은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을
안개가 사라지듯이
함께 사라지는 것도 좋아
단 1초도 차이 없이
함께 사라지는 것도 좋아
누가 먼저도 누가 늦게도 아니게 


위 초록상자 속 글은 영화에서 제가 좋았던 음악의 가사예요. 물론 영화 속에서 로렌스가 로즈들과의 파티에서 그들끼리 시간을 보낼 때 나온 곡인데 프랑스 곡이긴 하지만 음악도 가사도 그리고 영화 속 배경도 참 좋았어요.



암튼 아까 말했듯이 둘이 몇 년후 다시 재회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 결말에서의 반전도 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인 것 같아요. 로렌스도 프레드도 말이죠. 
영화 포스터에 있는 "이 사랑을 보라!"라는 말에 정말 공감이 가게 되더라고요.
외형적 모습이 변해 달라진 모습이라도 진심을 다해, 그게 다른 성별이 되더라도 진심을 다해 전처럼 사랑할 수 있는가 말이죠.  

로렌스를 지지해줬던 프레드의 결정에 놀랐고, 그의 어머니의 변화에도 놀랐어요. 사실 외형적인 모습으로 변한 건 로렌스지만 정말 변화한 건 그의 주변 사람들 인 것 같아요. 프레드는 주위 시선이 아무렇지 않아졌고, 마지막에 더 큰 결심을 했으며 로렌스의 어머니 역시 로렌스를 받아줌과 동시에 자신 역시 그동안 참으며 살아온 어떤 것을 터뜨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거든요.

로렌스가 학교에서 해고 당할 때 목소리 내지 못한 채 잠자코 있던 미첼 선생도 몇 년이 지난 후에는 밖에서 자신의 애인을 만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애니웨이, 로렌스 애니웨이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