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응원하는 국내여배우 중 한 명인 김고은 배우 덕분에 그녀의 필모 중 하나인 영화<영아>를 알게 됐어요.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작품이라고 하더라구요.
너무 궁금한데 마땅히 볼 경로가 없어서 안타까워하던 찰나에 인디극장에서 영아를 일정기간 상영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운좋게 <영아>를 봤답니다.
<영아>를 보기전에 줄거리인 '장례식에 간 완무는 부의금을 훔쳐 영아와 데이트한다' 이 한 줄만 읽고 보게 됐는데, 처음에 영화를 다 보고는 뭐지? 잘 모르겠어서 영화에 대해 더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연출의도를 알고 다시 영화를 보니 한없이 슬프고 미안해지더라고요.
완무는 고교동창 친구들과 한 장례식장에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눕니다. 완무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대화에 섞이지 못하고 앉아있다가 집에 가려고 밖을 나옵니다. 그런데 주머니에 차비가 없어서 아무도 모르게 그 장례식의 조의금을 훔쳐 나오는데, 그때 영아와 마주치게 됩니다.
영아의 장례식장에서 영아를 만났지만 완무는 놀라지 않고 영아에게 음료수나 마시러 가자고 제안해요.
털모자에 흰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영아는 완무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영화 속에 공간의 이동이나 화면 전환 등에서 약간 판타지적 요소들이 있긴 해요.
암튼 그렇게 둘은 다음날 날이 밝아서도 여러 공간을 다니며 일상적인 대화들을 나눕니다.
영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취직해 일했고, 완무는 대학에 진학한 학생인데요.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 때 이야기를 한다던지, 완무의 고시원에서는 현재 어떻게 지내는지 등등..
그러다가 건물 옥상에서 둘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완무가 영아의 털모자를 벗겨요.
민머리가 있을 것 같았는데, 영아의 단발머리가 흘러나오며 영아는 아주 편안한 미소를 보여요.
완무는 영아에게 하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요.
영아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걸음마를 뗄 쯤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싶다고 말해요. 보통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그런 소망인데, 영아에겐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어요.
영화 <영아>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을 다룬 영화였고, 영아는 그 희생자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전혀 몰랐어요. 그러나 연출의도를 알고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완무와 영아가 처음 만나서 음료수를 마실 때 영아가 자기것을 내밀었는데 완무가 괜찮다고 하자,
"왜 옮을까봐? 이거 옮는 병 아니야" 라고 말하기도 하고..
영아가 졸업 후 취직한 공장에서의 일상을 말할 때 나온 방진복, 부직포 마스크, 반도체공장 등의 단어들까지...
최아름 감독의 연출의도가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 때는' 이던데...
<영아>를 두번째 보는데 저 역시도 완무처럼 그냥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뿐이더라고요.
실제 피해자이신 고 황유미씨의 죽음으로 삼성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의 산업재해가 세상에 알려졌는데, 사실 모르는 분들도 많고 저도 불과 몇 년 전에서야 알게 되었는데요. 그나마 최근엔 몇 달전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아버님께서 아직도 다른 분들을 위해 싸우고 계시다는 것을 들었던 게 전부였어요.
갈 길은 멀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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