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성The하기/독서꽝의 외침

[책] 김연수 - 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우연히 어느 분이 읽는 것 보고 궁금해져서 덩달아 저도 읽게 된 책인데요.
다 읽고선 이 책이 2004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랐었어요ㅎㅎ


암튼 그래서인지 올해 10주년을 기념해서 「청춘의 문장들+」라는 책도 내셨더군요.
그 책 역시 궁금하지만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 읽고 싶어서 곧바로 읽어보진 않으려고요.








「청춘의 문장들」 부제는 '작가의 젊은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랍니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그때 당시 자신을 사로잡은 시와 문장들을 소개해요.
김연수 작가님이 35살 때 쓰신 책이니까 그 전까지의 살아온 젊은날을 돌이켜보며 이 책을 쓰셨겠죠?
읽으면서 간직하고 싶은 문장들이 참 많아서 언제나 그렇듯 따로 메모해두었답니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면 내 청춘의 문장들은 무엇일까... 없다면 만들자. 앞으로 하나씩 만들어가자. 
살면서 제 마음이 동하는 문장들이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려면 일단 많은 것들을 읽어봐야겠지요;; 근데 꼭 책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ㅎㅎ
책이 아닌 그 외의 다른 것을 보면서도 그 감상으로부터 느껴지는 게 있으니까요~



어쨌든 끝으로 이 책 청춘의 문장들을 읽으며 저를 사로잡았던 문장들이
어쩌면 훗날 돌이켜봤을 때 제 청춘의 문장들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몇몇 문장들만 공유해봅니다!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사랑은 물과 같은 것인가. 그 큰사랑이 내리내리 아래로만 흘러간다.
그런 줄도 모르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라 집을 떠나고 어린 새들은 날개를 퍼덕여 날아가는 것이다.
(...) 집이 있어 아이들은 떠날 수 있고 어미새가 있어 어린 새들은 날개짓을 배운다.
내가 바다를 건너는 수고를 한 번이라도 했다면 그건 아버지가 이미 바다를 건너왔기 때문이다.




때로 쓸쓸한 가운데 가만히 앉아 옛일을 생각해보면 떨어지는 꽃잎처럼 내 삶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인다.
어린 시절이 지나고 옛일이 그리워져 자주 돌아보는 나이가 되면 삶에 여백이 얼마나 많은지 비로소 알게 된다.




나는 대체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이 없다. 내가 꼭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에도 흥미가 없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만이 내 마음을 잡아끈다.
(...) 완전히 소진되고 나서도 조금 더 소진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누구인지 증명해주는 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견디면서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다음날, 이삿짐 트럭을 타고 언덕길을 내려가면서 나는 그 언덕에서의 삶이 내겐 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꽃시절이 모두 지나고 나면 봄빛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천만 조각 흩날리고 낙화도 바닥나면 우리가 살았던 곳이 과연 어디였는지 깨닫게 된다. 청춘은 그렇게 한두 조각 꽃잎을 떨구면서 가버렸다. 이미 져버린 꽃을 다시 살릴 수만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유득공은 「부용산중에서 옛 생각에 잠겨」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노래했다.
'직문 아래서 글 읽던 우리가 늙어가듯 / 가을 들어 연잎도 한 철이 지나누나!'  
세월은 흐르고 흘러 서리 내린 연잎은 그 푸르렀던 빛을 따라 주름져갈 테다. 연잎이 주름지고 또 시든다고 하더라도 한때 그 푸르렀던 말들이 잊히지는 않을 것이다. 내게도 그처럼 푸르렀던 말이 있었다. 예컨대 "글을 잘 읽었다"라든가,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 네가 어떤 시를 쓸지 꼭 보고 싶다" 같은 말들. 그런 말들이 있어 삶은 계속되는 듯하다.



가장 낮은 곳에 이르렀을 때, 산 봉우리는 가장 높게보이는 법이다.
그리고 삼나무 높은 우듬지까지 올라가본 까마귀, 다시는 뜰로 내려가지 않는 법이다.
지금이 겨울이라면, 당신의 마음마저도 겨울이라면 그 겨울을 온전히 누리기를, 이제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테니까.




봄빛이 짙어지면 이슬이 무거워지는구나. 그렇구나. 이슬이 무거워 난초 이파리 지그시 고개를 수그리는구나.
누구도 그걸 막을 사람은 없구나. 삶이란 그런 것이구나. 그래서 어른들은 돌아가시고 아이들은 자라는구나.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까 온 곳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것이구나. 울어도 좋고, 서러워해도 좋지만,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해서는 안되는 게 삶이로구나. (...) 우리가 왜 살아가는지 이젠 조금 알 것도 같다. 아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렇게, 그냥 그 정도로만. 그럼, 다들 잘 지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