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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The하기/내멋대로 영화평

[영화] 우아한 거짓말 (2013)









영화 우아한 거짓말을 보면서 이 영화로부터 자유로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말조심해야겠다, 내 주변을 둘러봐야겠다 등등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상황에 감정이입해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내가 엄마 현숙이라면, 내가 천지라면 그리고 만지라면 어땠을까..



영화보면서 천지역의 김향기양부터 엄마 현숙역의 특급배우 김희애씨까지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특히 김희애씨는 연기같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셔서 마치 동네아주머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대사도 너무 와닿았고 말이죠. 그리고 이 영화에서 유아인씨와 부딪치는 부분들도 있는데
드라마 밀회가 갑자기 생각이 나더라고요! 밀회 안 봤는데, 나중에 시간되면 천천히 정주행 하려고요ㅎㅎ





세모녀의 너무 보기 좋은 모습인데, 정작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이 거의 안나와서 아쉽더라고요.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두 딸 만지(고아성)와 천지(김향기)와 함께 살아가는 엄마 현숙(김희애).
마트 식품코너에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데 누구에게나 당당하고 쿨합니다.


첫째딸 만지는 사춘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굉장히 시크해요. 
동생 천지가 교복 블라우스를 다리미로 다려주려고 해도 어차피 구겨질 거 그냥 입는다고 하고,
세 모녀의 아침식사자리에서도 차갑기만 합니다.


동생 천지는 착하고 착하고 착하고.. 한없이 착한 아이로 나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엄마한테도 잘하고, 누구에게나 상냥했던 천지.
그런 천지가 자살을 합니다. 






가슴에 묻어? 못 묻어. 콘트리트를 콸콸 쏟아붓고, 그 위에 철물을 부어 굳혀도 안 묻혀.
묻어도, 묻어도, 바락바락 기어 나오는 게 자식이야.
미안해서 못 묻고, 불쌍해서 못 묻고, 원통해서 못 묻어

- 엄마 현숙의 대사



천지의 갑작스런 죽음에 이유도 모른채 당황스럽기만 하지만, 현숙과 만지는 둘이 더 열심히 살아보기로 다짐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만지 친구 미란(천우희)은 자신의 동생과 천지가 같은반이었다고 만지에게 말하고,
만지는 천지의 주변 친구들을 알게 되어서 이야기를 듣는데, 천지가 반에서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당한 것을 알게 됩니다.






천지를 힘들게 한 주인공은 바로 화연(김유정).
본인은 천지와 아무런 문제 없던 친구사이라고 하지만, 정작 천지는 그렇게 생각 안 했겠죠.
수업 중에 자신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천지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조잡한 말이 사람을 죽일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혹시 예비살인자는 아닙니까?


그리고 독백들도 굉장히 안타깝게 느껴졌어요.

공기청정기는 있는데 왜 마음청정기는 없는걸까?






이 영화 보면서 언니 만지의 친구인 미란 역으로 나온 천우희 배우 정말 존재감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써니 본드걸 때는 아무래도 캐릭터가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았었는데
우아한 거짓말에서 동일인물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거든요. 근데 묘하게 영화에서 볼수록 눈길이 가더라고요.



아빠(성동일)와 동생과 살고 있는데, 아빠는 항상 밖으로 돌아다니기만 바빠서 소녀가장이나 다름없는 역할로 나와요.
근데 동생하고 우애가 너무 깊어서, 너무 보기 좋았어요.
천지와 같은 반인 자신의 동생에게 너도 천지 괴롭힌 거 아니냐고 화내고서 곧바로 화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먹을 때도 그렇고, 항상 동생 잘 챙기는 동생바라기로 나오는데 저희 언니가 이 영화를 좀 봐야 할텐데 말이죠ㅋㅋㅋ






암튼 현숙과 만지는 천지의 죽음으로 인해 이사를 가게 되는데요.
바로 천지를 힘들게 했던 화연이네가 사는 아파트에요. 아파트상가에서 중국집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처음 이사와서 현숙과 만지는 그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는데,
아무래도 화연이네 엄마 입장에서는 불편하겠죠.



이 곳으로 이사와서 엄마 현숙이 화장실에서 "당신들 평생 내 얼굴보면서 살아봐."라고 혼자 이야기하는데 
짧지만 되게 강렬한 인상을 줬던 부분이에요.



그리고 나중에 혼자 다시 짜장면 먹으러 찾아 갔을 때 음식을 다 먹고 나오려는데
화연이네 엄마가 사과하려는 듯한 말로 현숙을 부르는데요. 현숙이 뒤돌아서 이런 이야기를 해요.



사과하실 거면 하지 마세요. 말로 하는 사과는요, 용서가 가능할 때 하는 겁니다.
받을 수 없는 사과를 받으면 억장에 꽂혀요.
게다가 사과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한테 하는 건 아니지.
그건 저 숨을 구멍 파놓고 장난치는 거예요.
나는 사과했어, 그 여자가 안 받았지, 너무 비열하지 않나요?


사과도 때가 있다는 것.
그리고 사과 받을 생각이 없는 사람한테 하는 사과 역시 그저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
애초에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으면 되겠지만, 그게 마음처럼 쉬운일은 아니죠.
어쨌든 저 대사도 많이 남는 대사랍니다.






만지네가 이사간 아파트 옆집 사는 총각이 바로 추상박(유아인)입니다!
엉뚱하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시공부하는 학생인데, 덕분에 재미있는 부분들도 있어요.
왜 저렇게 머리를 길려서 사는가 했더니, 뒷목부분부터 몸에 흉터가 많아서 가리려고 저렇게 다니더라고요.


만지가 추상박이 원래 천지랑 도서관에서 만나면 자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었다는 사시을 알게 되요.
오히려 가족인 자기보다 추상박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에 
왜 가족도 아닌 엄한사람한테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만지는 놀라기도 하고,
천지가 힘들어 했다는 사실을 몰라준 자신을 자책하곤 하는데요.
그때 추상박이 만지에게 말합니다.







살다 보면 엄한 사람한테 속 얘기 할 때도 있는 거야.
엄한 사람은 비밀을 담아 둘 필요가 없잖아. 내가 바로 그 엄한 사람이야.
원래 가족이 더 모르는거야. 그러니까 평생 끈끈할 수 있는거지.



추상박이 무덤덤하게 저 이야기를 하는데, 원래 가족이 더 모르는거라는 말에 공감이 가기도 했고
제 가족들 생각도 나고 그랬어요. 우리 가족들은 어떤 마음 속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
말 못할 이야기들은 무엇이며 그런 이야기를 누구에게 털어놓으며 위로받을까 등등..
솔직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솔직해질 수 없는 게 바로 가족들인 것 같아요.
물론 소통의 부재도 이유가 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로 인해, 내가 털어놓는 것들로 인해
가족들까지 걱정하게 만들고 힘들게 할 것 같아서 말을 안 하는 이유도 있는 것 같아요.







천지가 죽기 전에 엄마 현숙과 통화 할 때 털실로 목도리를 짜달라고 했었는데
알고보니 빨간 털실 속에 천지가 남긴 쪽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5개의 털실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넣어 놨었고, 만지는 그 나머지 털실들을 찾기 위해 나서는데요.



천지는 친구 화연에게 하나, 만지 친구 미란이 동생에게도 하나 이런식으로 자기 주변 사람들한테 하나씩 줬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은 그 털실뭉치 안에 쪽지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겠죠.
만지는 화연에게 화를 내거나 윽박지르거나 하지 않는데요.
화연은 자기한테 왜 그러냐고, 왜 잘해주냐고 묻는데 만지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네가 지쳐서 천지 따라가지 않게 지켜야지. 너 좋아서 그러는거 아니야. 
내동생이 죽어서까지 '천지 때문에' 라는 소리 들으면 안 되니까 지키는거야. 
지금부터 시작이야. 마지막 털실 뭉치 찾을때까지



너 죽으면 나도 따라갈 거야. 그럼 거기서는 2 : 1 이야. 
나하고 천지, 그리고 너. 게임 끝. 
그러니까 죽지마.



만지가 천지를 대신해서 화연이에게 못되게 굴고 괴롭혔다면 그냥 그랬을텐데
위 대사들처럼 죽어서까지 '천지 때문에'란 소리 안 들으고 이러는 거라고 하니 정말 더 짠했어요.






끝부분에서 엄마 현숙이 딸 만지와 만지친구인 미란. 
그리고 미란이의 동생이자 천지와 같은 반이었던 아이와 식사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피한다고 피해질 사람 없고, 막는다고 막아질 사람 없어.
뭐 대단한 사람 되는 것처럼 세상 사람 다 용서하고 사랑할 필요도 없고.
미우면 미운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그거면 충분해. 그렇게 사는 거야.



그래요. 미우면 미운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내가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듯이, 모두가 날 좋아할 수도 없는 것이니
그냥 그러려니 인정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 나온 대사들 중에 와닿는 말들이 많았어요.
기회가 된다면 원작 소설도 꼭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