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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The하기/내멋대로 영화평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2011)










지난 연말에 보게 된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지석-영신 부부의 이별하게 되는 날. 비가 무섭게도 내린 그 하루를 담은 영화인데요.
이 영화는 끝까지 다 보기까지 저에게 참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했던 영화랍니다ㅜㅜ
호흡도 느리고, 대사도 많지 않고, 장소도 오로지 둘의 집 뿐...
그래도 '내가 영신이라면..?'하고 감정이입 하기 시작하니 그 느리고 답답했던 요소들이
오히려 잔잔한 여운으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만ㅎㅎ





영화 시작하고 첫 화면이 지석-영신이 차안에서 주고 받는 대화들인데요.
영화가 시작하고 30분 가량을 이렇게 차안에서 보내는데 역시나 거의 말이 없어요.
영신의 출장 때문에 남편인 지석이 공항에 데려다 주는 상황인데요.
서로 부부인데 왜 이렇게 둘 사이에 건조한 기류가 흐르나 싶었는데,
그때 영신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꺼냅니다.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출장에서 돌아오면 집을 나가겠다고요.

 




그 말을 들은 지석 역시 보통의 남자들과는 달리 화를 내거나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아요.
이유를 묻지도 않고 그저 덤덤히 받아들이죠.





그리고 영신의 새 남자가 데리러 오기로 한 날이 되었는데요.
영신은 짐을 싸고 있고, 지석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집안에 같이 있습니다.
그러다 짐 싸는 영신을 도와주려는 마음에 그녀가 아끼는 그릇들을 뽁뽁이로 포장하기도 해요.





그리고 영신이 커피를 부탁하자, 그녀를 위해 커피를 내립니다.
그녀가 아끼던 커피잔에 담아 짐싸고 있는 영신에게 갖다 바치죠.



자기가 싫어서 떠난다는 여자를 위해
짐 싸는 것을 도와주고, 커피도 직접 내려 갖다주고,
마지막인 둘만의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까지 예약해 둔 이 남자.. 어떤가요?






영신은 커피를 마시더니, '음.. 역시'라며 반깁니다.
뭐하고 있었냐고 묻자, 한 책을 들어보이는데요.



출판사에 다니는 영신의 회사에서 번역본을 발간했던 파스타 책인데,
번역본을 발간하기 전에 시험해본다고 원본책으로 지석과 파스타를 만들며 메모해 둔 책이었습니다.
영신은 이 책을 가져가려고 가방에 넣었다가 이내 다시 꺼내기도 합니다.







이날 날씨는 하루 종일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데요.
그래서 비가 집안으로 새어 들어오기도 하고, 영신도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해요.
지석은 자신이 작업실으로 쓰는 지하에 비가 들어와서 도구들이나 파일들을 닦아내기 시작하는데요.
그때 영신도 마침 지석이 있는 지하실로 내려오게 됩니다.






그러다 사진속의 강아지 피규어를 발견합니다.
예전에 지석이 자신에게 선물했던 피규어인데요.
피규어를 보며 또 다시 둘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깁니다.
꼬리가 부러져 있었는데, '이것도 가져가야겠다'고 말하는 영신. 



파스타 책, 강아지 피규어 등 둘만의 추억들이 있는 물건들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에 복잡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둘이 나름의 방식으로 이별을 준비하고 있을 무렵.
밖에서 새끼고양이 울음소리가 났고, 비에 젖어 있던 새끼고양이가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젖은 새끼고양이를 닦아주려다가 새끼고양이는 지석을 물고 집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영신은 지석의 상처를 소독해주다가 묘한 감정에 빠져들곤 합니다.

 





그러다가 새끼고양이의 주인부부가 등장하게 되는데요.
이 부부에 의해서 지석-영신 부부에 대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어요.
연애로 결혼한 5년차 된 부부이며 아이는 없고, 영신은 출판사에 지석은 건축쪽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 등등.






또한 옆집 부부에 의해서 오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도시로 나가는 다리가 잠겼다는 소식도 알게 됩니다.
그 말은 즉, 예약해 둔 식당에 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영신을 데리러 오기로 한 그 남자도 올 수 없다는 것.



마침 그 남자에게 집으로 전화가 걸려 오고, 지석이 받습니다.
그 남자인 걸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영신에게 전해줍니다ㅜㅜ
수화기 너머의 그 남자 목소리가 꼭 하정우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보니 하정우씨 맞더라고요^^ 역시 그 음성이란ㅎㅎ







암튼 영신은 그 남자에게 오늘은 안 될 것 같다고 말합니다.
비도 많이 오고, 새끼고양이가 집에 숨어들어와 있다고 찾아야한다고 말이죠.
그리고 둘은 밖에 나가서 먹을 수 없으니 파스타를 만들어 먹게 됩니다.
영신은 남은 짐을 계속 싸고, 지석은 영신을 위해 파스타를 만들게 되는데요.





여기까지 보면 정말 지석이 불쌍하고, 영신이 못난 여자로만 비춰지는데...
영화 중간에 바람난 부인이 떠난다는 데 짐싸는 것을 도와주
지석이 답답하게 느껴진 영신이 그에게 화를 냅니다.



"듣고 싶어 나 이제 못 참겠거든. 
당신이 태어날 때부터 화를 못 내는 사람인지, 
아니면 화가나도 정말 잘 참을 수 있는 사람인지. 
왜 나한테 화 내지 않는 거지? 나한테 화내도 될 상황이잖아"



그러자 지석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화를 낸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건 없잖아.
왠지 자기 마음이 정해진 이상, 어떻게 해도 바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분명히 나한테 문제가 있으니까 이렇게 된 거고"



지석도 물론 영신이 떠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겠죠.
그런데 그 말을 차마 하지 못하는 입장인데요.
만약 지석이 떠나지 말라고 말하면, 영신이 마음을 바꿀까요? "
붙잡아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지도 모르겠죠.






파스타를 다 만들고 양파를 썰다가 눈이 매워 화장실으로 간 지석.
영신이 파스타를 그릇에 담아 식탁위로 옮깁니다.
그때 마침 그동안 숨어 있던 고양이가 유인하기 위해 뒀던 엔초비를 먹기 위해 등장하는데요.



그런 고양이를 보며 영신은 혼잣말을 합니다.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질거야 정말"



물론 고양이를 보며 하는 말이지만,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 있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겠죠.
비와 고양이로 인해 이별을 하루 뒤로 미룬 오늘
지석과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을 보며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낀 지금을 말이죠.



그렇게 영신의 혼잣말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나는데요.
결국 영신은 떠났을까요, 그대로 남았을까요?
영화 중간중간에 화창한 날의 집안 모습이 잠깐씩 나왔다 사라지는데요.
아무래도 영신이 떠난 후의 집안 모습을 나타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석이 주방에서 영신과 커피를 마시면서 어떤 물건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다가 한 대사인데 이게 쉽게 잊혀지질 않네요.



"버릴건 미련없이 버려야 되는데 그게 잘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