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친구가 생일 때 선물해 준 책이라 읽게 됐어요. 배송받고 나서 일단 535페이지에 달하는 책두께 때문에 압도되었지만, 친구가 "이 책 재밌다고들 하더라고. 읽고 알려줘" 라고 했기에 페이지를 넘겨 읽기 시작했답니다. 다 읽은 지금 해야할 일은 얼른 친구에게 연락해서 잘 읽었다고, 강추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 책이 꽤 두껍긴한데 읽다보면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랍니다. 그래서 금방 읽히더라고요. 뒷내용이 궁금해서 정말 책을 덮을 수 없었어요ㅋ.ㅋ
책 제목 The husband's Secret답게 주인공 세실리아는 자기가 죽으면 열어보라는 남편의 비밀이 담긴 편지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책인데요. 소제목 없이 그냥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 이런식으로 일요일까지 일주일간의 시간적 순서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세 가족이 나오고 저마다 사연(?)이 있는데 결국은 얽혀있기도 하고 그래요.
첫 페이지를 넘기면 위의 '실수는 사람의 영역이고, 용서는 신의 영역이다'라는 글귀가 나옵니다.
처음엔 그러려니 하고 넘겼으나 다 읽고서 첫 페이지의 저 글귀를 다시 접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인데, 사실 용서를 하는 건 쉽지 않죠.
더군다나 누군가의 실수라는 것이 본인에게만 피해가 온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누군가에게 크나큰 상처를 만든 것이라면 더더욱 용서를 받기란 쉽지 않죠.
피해 당사자 역시 나에게 잊지 못 할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괜한 스포를 저지를까봐 말이 되게 조심스럽네요^^; 일단 읽어보시는 걸 추천해요...)
위 사진 속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라는 문장은 모두 세 차례 등장했어요. 소설에 등장하는 세 가정에서 각각 어떤 가족구성원이 <도전! FAT제로>라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보는데 그때 그 방송에서 나온 말인데요. 처음엔 그냥 지나쳤는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점점 이 말이 자꾸 뇌리에 남더라고요.
소설 속의 세 가정 뿐만 아니라 요즘 시대에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죠.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 특히 소설 속에서 메인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세실리아네 이야기에서 더 공감하게 된 말이었어요. 세실리아의 남편이 적어둔 편지를 발견하고는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한 상황에 놓였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지만 결국 공짜로 그것을 얻을 순 없었거든요. 또 테스의 가정에서 테스도 아들 리엄을 생각하며 남편과의 관계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재정립 할 수 있었지만 결국 남편에겐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만들었기에 공짜로 얻을 순 없었습니다. 끝으로 레이첼 역시 자신의 해묵은 상처와 정신적인 괴로움을 이제는 조금은 덜 수 있게끔 실마리를 풀었지만 결국 그것을 알게 되기까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거든요.
내가 레이첼이라면, 내가 세실리아라면?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글쎄요.. 정말이지 용서는 신의 영역인 것이 아닐까 싶었답니다. 이 세상엔 누구나 비밀이 있을텐데 일부는 영원한 비밀로 남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곤란해지죠. 그래서인지 차라리 속 편하게 아마도 모르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끝으로 다음은 책 속의 문장들입니다.
"널 가르치신 분은 아니지? 먼지떨이 손잡이로 정말 기가 막히게 떄리는 분이었는데. 요즘엔 먼지떨이로 때리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지?
먼지를 털어야 하는 곳은 아이들이 아니라 이 세상이잖아, 안 그러니?" -p.121
사람들은 보통 비극을 겪은 사람은 자동적으로 훨씬 높고 고상한 차원으로 올라간다고 믿지만, 레이첼이 보기엔 그 반대였다.
비극은 사람을 옹졸하고 편협하게 만든다. 위대한 지식이나 영감을 주는 일 따윈 없다.
레이첼은 인생이 잔혹하고 제멋대로라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엔 처벌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는 사람도 있고, 조그만 잘못에도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사람도 있다. -p.195
윌과 펠리시티가 정말로 맺어질 운명이라면 어떻게 하나? 테스와 코너가 결국 맺어질 운명이라면?
아마도 그런 질문엔 정답이 없을 것이다. '결국 맺어질' 운명 같은 건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삶이 있는 거다.
바로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하는 삶이. 그저 조금 굴곡이 있는 것뿐이야. -p.503
논리엔 어긋나지만, 사람은 상대방을 알면 알수록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다.
사실이 쌓여가면서 그 사람을 규정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이다.
상대방의 취향을 분명하게 아는 것보다 그 사람이 컨트리음악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궁금해하는 게 훨씬 흥미롭다. -p.516
존 폴과 세실리아는 어마어마하게 충격을 받을 거야. 마침내, 레이첼이 그랬던 것처럼 두 사람도 알게 되겠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는데도 세상은 계속 돌아가고, 사람들은 날씨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고, 교통은 막히고,
전기세 고지서는 날아오고, 유명인들은 사건사고를 일으키고, 정치 쿠데타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말이야. -p.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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