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새로운 책이든 이미 봤던 책이든 올해 2주에 한 권씩은 읽자고 결심했건만, 이게 첫 책이 되어버렸네요.
제목이 눈에 들어와 e북으로 구매해서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만 봐야지 했었는데 점점 소설에 빠져서 놓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집에서 혼자 읽을 땐 너무 무서웠지만, 암튼 몰입도 최강에 재밌어서 완전 추천합니다!
전개도 빠른데다 너무 치밀하고 계산적이어서 사건의 행적을 같이 추적해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엔 범인은 저 사람이 정말 맞을까, 대체 누굴까, 왜 그랬을까 싶어서 얼른 같이 추적해 나가자 싶었는데
점점 읽을수록 그냥 이 책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아무래도 너무 빠졌던 것 같아요^^...
책 줄거리를 간략히 말하면,
주인공 데커는 과거 미식축구 선수 시설 상대 선수와의 강력한 충돌로 정신을 잃게 됩니다.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게 되지만, 그 사건 이후로 후천적 과잉기억증후군이 생겼는데요.
소설 제목처럼 고도로 활성화된 두뇌로 인해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가 된 것이죠. 사람이나 자신의 감정, 과거 기억들이 색깔이나 숫자로 기억되고 그것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수시로 눈 앞에 아른거리고 모든 게 생생하게 재생되는 차원까지 이르게 되었답니다.
너무 괴로웠지만 점차 현실을 받아들인 데커는 경찰이 되어 특별한 능력 덕분에 많은 사건을 잘 해결해 훌륭한 경찰로 살아가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데커의 가족이 집에서 무참히 살해당하게 됩니다. 가족을 잃은 데커는 경찰을 그만두고 거의 폐인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요.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 무렵, 데커의 가족을 살해했다고 자백한 사람이 나타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소설이 시작됩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인 데커는 자신의 기억을 아무리 뒤져보지만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없는데요.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스포가 될까 조심스럽긴 하지만, 암튼 데커 입장에서 본인 때문에 사람들이 자꾸 목숨을 잃게 되고, 주변인들이 피해를 보는 현실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참 괴로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만 죽으면 모든 게 끝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과 내 가족을 죽인 범인을 꼭 잡아야겠다, 복수를 해야겠다 싶은 생각.
그 사이에서 정말 혼란스럽고 갈등 됐을 것 같아요.
그리고 소재 자체가 주는 강한 인상 때문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법한 주제인데요.
과연 과잉기억증후군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글쎄요. 물론 공적인 부분에서는 축복이 될 수 있겠지만, 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저주라고 생각해요.
모든 걸 기억한다는 게 참 부러운 것 같지만, 참 무섭고 또 무료한 일상이겠구나 싶어요.
너무 슬프고 괴로워서 잊고 싶은 기억도 평생 생생하게 기억하게 될테고
또 일상 속에서 보지 못하던 걸 어느 날은 보게 되었을 때, 그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을 모르고 살 것 같거든요.
암튼 과잉기억력증후군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리지만, 보고된 바에 의하면 전 세계에 20명 정도가 있다고 합니다.
음... 보통 사람들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기억에 남는 책 속 문장>
- 용기를 짜내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적절한 순간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기에 적절한 순간이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 그는 마지막 수송 차량이 떠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경광등은 켜졌지만 사이렌은 울리지 않았다. 죽은 자는 급할 게 없다.
- 의도적으로 조절된 카메라의 각도는 여전히 데커의 흥미를 자극했다. 의도적인 행동에는 늘 의도가 있기 마련이다.
- 소독약 냄새가 진동했지만 죽음의 냄새를 덮을 수는 없었다. 죽은 자는 특유의 냄새로 산 자의 눈과 코, 목구멍을 파고 든다. 게다가 시체 안치소는 청결한 곳이 아니다. 청결하기는커녕 유달리 더러운 곳에 속한다. 고객들이 감염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눈 좀 붙입시다. 그리고 생각 좀 해보죠. 뭐라도 떠오를지 모르니까." "정말 그럴까요?" "아니, 아마 아닐 거예요." 그에게 기억이란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그건 이미 거기 있거나, 아니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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