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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The하기/JINsight

고정희 - 상한 영혼을 위하여(2014년을 보내며)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블로그에 나름 2014년 앓이를 이래저래 꽤 하는 것 같은데

며칠 전에 이 시를 접하고 마음이 동했기에 할 수 없이 인사이트에도 끄적끄적

(사진은 내 책상 위에 집게로 집어둔 2014년 12월 달력엽서)


2014년에 대한민국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이 시를 읽어보면 우리에게 온 고통이라는 것을 피하기보단 

용기내 마주하고 극복해서 더 단단해지자고 말하고 있


나도 우리도 2015년에 더 단단해졌으면..

그런 의미로 2015년을 맞이하며 

이 시 안에서 내가 꼭 마음에 새기 싶은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