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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끄)적/독거인의 삶

시월애 나날들









좋은 계절은 후딱 가기 마련이라고 했거늘 가을 정말 훅 갔구나

엄마가 짤줍해서 보내온 코스모스랑 알밤 사진으로 10월 시작,

그리고 12월이 시작할 때 엄마가 보내온 사진은 이거였다



......

아이구 설날에 내려가서 캡처한 사진 자르기 알려드려야지^^...

꾹 눌러서 저장하기 잘만 하더니 이땐 왜 캡쳐를 하셨디야~.~



암튼 10월의 메모를 뒤적뒤적 갤러리를 후비적후비적한 결과

감정기복의 극과 극을 찍은 달인 것 같긴 한데

자연덕분에 자연스럽게 다시 업!할 수 있었던 것 같으네

확실히 가을은 자전거 보다 걷고 싶은 계절이었어ㅎㅎ














- 걷기와 배움의 공통점




주니어컵 준비할 때였는데 골프대회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 어떻게 준비하겠나 싶어서

골프하는 친구한테 SOS해서 공부차 갔던 신한동해오픈!

인천까지 가느라 10월 첫 날부터 부지런 좀 떨었더랬지



여태껏 경험한 스포츠 응원문화라면 시끌시끌하고 에너지 넘치게 응원하는 문화였는데,

이날 처음 경험한 갤러리 문화는 모든 게 정반대여서 새로웠다

챔피언조를 따라다니며 구경했는데, 첫 나인홀만 돌고 이벤트 부스로 돌아갔다

거기서 가장 새로웠던 건 키즈파크... 오, 골프장도 변하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암튼 점심을 거기서 해결하고 오후 약속을 떠났는데 여기서 얼마나 걸었을까 보니 8km...



걷기와 배움의 공통점, 끝이 없다!ㅎㅎ

   













- 가을하늘앓이




10월의 나날들 중 하늘이야길 빼면 더이상 할 말이 없어져 버릴지도

카페에서 나와서 찍은 사진 셋, 남산에 갔을 때 찍은 사진 셋인데

꼭 이때가 아니더라도 가을 하늘은 언제 어디서나 훌륭한 것 같다

왜 이말을 하냐면...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릇처럼 하는 괴짜같은 습관(?)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런지도 15개월 정도 됐네 어우 징그라ㅎㅎ

뭐냐면 그날의 하늘 체크하기랑 한강 물 흐르는 속도 체크하

청담대교 건널 때 한쪽은 남산, 반대편은 잠실 롯데타워가 보이는데

어느 편 쪽을 바라보고 가든 그 건물이 얼마나 또렷하게 보이는가로 

하늘의 맑음 정도를 판단한다ㅎㅎ

봄엔 황사 때문에 하루하루 뿌연 모습만 주구장창이었는데

가을엔 진짜 너무 또렷해서 감탄에 감동한 날도 있었다 푸하하

그러다 너무 좋아 혼자 보기 아까우면 주변에 톡을 보낸다 



[속보] 오늘 하늘 안보면 후회할 것...










- 사색콘




사실 이 콘서트 전날이 먼 기억 속 그날이라 혼자 생각이 많았었는데

힘과 위로가 된 무대들 덕분에 남은 10월도 으쌰으쌰 했더랬지

처음 2년의 시간들, 그리고 또 2년이 지났던 2016년의 10월


음... 올해부턴 뭔가 대수롭지 않게 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날짜가 다가와도 자각 못하고 그냥 보낼 것 같음이야 왠지 그래








- 외근이 키우는 내근




주니어컵 때문에 이것저것 제작해야 해서 외근이 많았던 달

동대문, 약수역, 충무로 등등

일에 치여서 또 일이 꼬여서 멘붕이 됐다가도

가을 콧바람 한 번이면 다 풀려버리곤 했다



이 사진은 옥수동 골목에서 우연히 본 코스모스 

어머어머... 이 때도 한순간에 마음이 풀어지면서 짤-칵!

외근을 하면 내 마음 속 근육이 단단해지는 것 같다

여기저기서 열일하는 사람들도 보고, 열일하는 자연도 보면서 

결국은 정신승리하게 만드는 느낌이라 굿굿!!!
















- 원없이, 후회없이




준비 할 때 해본 적이 없으니 혼자 소설 쓰는 느낌이라 답답하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모르는 건 물어보라고 하셨지만, 내가 뭘 모르는지 조차 모를 만큼의 막막함이었으니 말 다했지ㅜㅜ

이러면서 배우는 거지라고 다짐 또 다짐하고 책상에 심어둔 일상의 장치들로 다독다독 했더랬지 

그러다 디데이가 찾아왔고, 가서 직접 부딪혀봤더니 

고생한 만큼의 보람이 몇 배가 되어 돌아왔다



출장 내내 잠을 거의 못 자서 너무 피곤한 5일이었지만 

까불거리다가도 샷 할 땐 진지해지는 학생들 보면서 좋은 에너지도 얻고,

점심에 카트로 한 바퀴 돌면서 콧바람 쐬면 마음도 스르르 풀어져서 다시 업!

무엇보다 다 끝나고 올라와서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준우승한 학교의 한 학생 아버님이 직접 문자를 보내오셔서

아침 출근 길이 너무 뿌듯하고 감동스러웠다



나도 아부지 생각나서 전화해서는 "하루가 길어서 하루가 짧은 날들이었어요"라고 했더니

아빠가 "뭐든 후회가 없으면 된 거야"라고 하셨었는데,

맞아 정말 후회도 아쉬움도 하나 없던 깔끔한 소풍이었으

오케이, 이런 게 바로 해피엔딩!ㅎㅎ


 








- 거북왕의 결혼식




경호 동기 첫 결혼식

결국 사람은 때가 되면 자기 밥그릇, 자기 갈 길 찾아서 간다는 말이 맞는가보다

대학 땐 사고뭉치였어도 결국은 너도 해피엔딩이구만!ㅎㅎ

나라도 가정도 잘 지키길 바라고, 근데 니 마음 속 불은 오래오래 꺼지지 않게 내비둬~~



이날 동기들이랑 11시간을 놀았다 어우 징그라

아무리 마셔도 정신만 더 멀쩡해지던 신기방기한 날

다들 준비하느라 또 사회에 적응하느라 거의 못 만나니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수 밖에...

화이팅 하다 또 만나자 안녕들해!











- 시월애 밤





161030 이날 따라 되게 예뻐 보였던 백일홍

사실 엄마한테 사진 찍어서 보내면서 꽃이름을 물었다



- 나: 이꽃뭐죠?

- 엄마: 백일홍이야ㅎ

- 나: 역시 울엄니 모르는 꽃이 없구만유ㅎ 
       역시 꽃님이 (방글방글 이모티콘)

- 엄마: (오케이 이모티콘)



(꽃님이는... 엄마가 한 때 열심히 활동한 산악회의 다음카페 닉네임ㅋㅋㅋ)

엄마는 풀이나 꽃이름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어릴 때 다 보고 자라서 그런거라고 하는데 매번 신기하고 부러울따름!



암튼 10월을 정리하며 라이딩했던 이날은 "이까짓 거" 이 네글자를 다시 마음에 콕 새기고 돌아온 날이기도 하다

아직도 같다고 말하는 엄마의 내 그 시간들

병원생활 청산 할 때 엄마가 써 준 편지에 이 시간들 잘 견뎠는데 앞으로 뭘 못하겠냐고

어떤 일이든 "이까짓 거~" 라고 생각하고 잘 헤쳐나가라는 말이 있었다 



너무 우리 엄마적표현이라 뭉클하던 와중에 갑자기 빵터졌었는데 

아직까진 그 약빨이 유효한 것 같다

어떤 사람에게 좋은 일만 일어난다면 그 사람은 용감해질 수 없어

잊지말자 에라이 이까짓 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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